전체 글52 영화 아담 (신경다양성, 관계 성장, 이해와 사랑)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87곳에 이력서를 제출한다는 장면 하나가 영화 전체를 설명합니다. 저는 그 숫자를 보면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노력이 얼마나 외롭게 진행되는지를 저도 어느 시점에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신경다양성,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아담이 가진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의 한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자폐 스펙트럼이란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집중력과 능력을 보이는 신경 발달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의미합니다. 아담은 이 스펙트럼 위에서 우주 공학이.. 2026. 6. 4. 스텝맘 (블렌디드패밀리, 감동명장면, 진정한가족) 두 여자가 서로의 부러움을 털어놓는 장면, 저는 거기서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한쪽은 과거를 갖고 있고 한쪽은 미래를 갖고 있는데, 정작 둘 다 상대방의 것이 부럽다고 고백하는 그 순간이 이 영화의 전부였습니다. 1998년작 영화 스텝맘은 재혼·이혼 가정, 이른바 블렌디드 패밀리(blended family)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블렌디드 패밀리가 마주하는 현실블렌디드 패밀리(blended family)란 이혼·재혼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가정의 아이들이 한 지붕 아래 합쳐진 가족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계부모와 계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형태인데, 이 구조가 단순히 '어른들의 합의'로 완성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영화에서 이자벨이 처음 아이들과 마주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저렇게까지.. 2026. 6. 3. 월플라워 (내향성, 트라우마, 자기가치) 친구를 잃은 적이 있으신가요? 그것도 스스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영화 월플라워는 바로 그 상실에서 시작합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시절이 떠올라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봤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의 고통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벽에 기대선 사람, 찰리의 내향성혹시 학교 복도에서 혼자 벽에 기대 서 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찰리가 딱 그런 인물입니다. 월플라워(Wallflower)라는 단어 자체가 파티나 무리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벽 쪽에 머무는 사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관찰자로만 존재하는 사람입니다.찰리는 고등학교 첫날부터 이미 기가 눌려 있습니다. 유일한 친구였던 마이클이 1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 2026. 6. 1. 어바웃 타임 리뷰 (시간여행, 현재, 삶의 의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맨스 영화라길래 달달한 장면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를 통해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로맨스인 줄 알고 앉았다가 삶에 대한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요. 로맨스인 줄만 알았는데, 이게 삶의 영화였다제가 처음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솔직히 레이첼 맥아담스 때문이었습니다. 출연한다는 것만 알고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1시간쯤 지났을 때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 겁니다. 보통 로맨스 영화라면 결혼식은 엔딩을 장식하는 클라이맥스 아닌가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장면을 중간에 배치합니다. 그 순간 '아,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게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하고 감이 왔습.. 2026. 6. 1. 흐르는 강물처럼 (명작영화, 가족관계, 브래드피트) 자녀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때가 옵니다. 아이가 왜 저런 선택을 하는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밤새 답답했던 적, 한 번쯤은 있으시지 않나요? 저도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혼란스럽던 시기에 우연히 다시 꺼내 본 영화가 1992년작 흐르는 강물처럼이었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 이제서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명작영화로 남은 이유 — 빛과 강물이 담아낸 형제의 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은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연출하고, 크레이그 셰퍼, 브래드 피트, 톰 스커릿이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1993년 제6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는데, 영상을 보면 그 수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 2026. 5. 28. 노트북 영화 리뷰 (계층 차이, 365통 편지, 진짜 사랑) 평소에 영화 보면서 잘 울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노트북을 다 보고 나서 멍하게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저렇게까지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았던 적이 언제였나 싶어서요. 이 영화가 그 무감각함을 정면으로 건드렸습니다. 계층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의 배경노트북은 사회경제적 격차(socioeconomic gap), 쉽게 말해 출신 계층의 차이가 사랑의 장벽이 되는 구조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여기서 사회경제적 격차란 단순한 빈부 차이가 아니라 교육 수준, 가족 배경, 사회적 네트워크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간극을 의미합니다. 앨리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고, 노아는 시간당 40센트를 받는 목재소 직원입니다. 지금 기준으로 환산해도 그 차이는 상당합니다.일반적으로 로맨스 영화에서 계층 차이는 극적 장치 정도로.. 2026. 5. 28.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