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2 크리미널 (기억이식, 정체성, 기억충돌) 흉악범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받으면 과연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케빈 코스트너 특유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수염 때문에 누군지도 못 알아볼 뻔했는데, 막상 줄거리가 전개될수록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억이식 수술, 과학인가 SF인가영화의 핵심 소재는 기억이식(memory transplantation)입니다. 여기서 기억이식이란 한 사람의 뇌에 저장된 기억과 정보를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해 되살리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현실에서는 아직 불가능한 개념이지만, 뇌과학 분야에서는 이와 유사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실제로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뇌 가소성이란 뇌가 외부 자극이나 경험에 .. 2026. 6. 10.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사랑의 타이밍, 로맨틱코미디, 줄리아 로버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인공이 결국 사랑을 못 이루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1997년 개봉한 로맨틱코미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머리로는 새드 엔딩이지만 가슴으로는 따뜻하게 끝납니다. 제가 직접 봐보니,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사랑의 타이밍 — 고백하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진다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줄리안은 요리 칼럼니스트입니다. 마이클과 30살이 되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하고 살아온 그녀는, 생일을 앞두고 온 그의 메시지에 설레어 시카고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마주한 건 프로포즈가 아니라 다른 여자와의 결혼 소식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감정의 낙차는 영화 속 장면 하나로도 충분히 전달되더군요.. 2026. 6. 9. 뉴욕의 가을 (뉴욕 배경, 윌과 샬롯, 리처드 기어) 연말이 되면 꼭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단순히 리처드 기어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틀었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나 있더라고요. 영화 '뉴욕의 가을'은 낙엽이 흩날리는 맨해튼을 배경으로, 사랑을 믿지 않던 한 남자가 무너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 그 감성을 한번 같이 되짚어 보려 합니다. 가을 뉴욕, 바람둥이 셰프와 순수한 여자의 만남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초반부만 봤을 때는 '뻔한 중년 남자 로맨스겠구나' 싶었거든요. 48세의 레스토랑 오너 셰프 윌은 수많은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인물입니다. 친구들이 가정을 꾸리라 말해도 귓등으로 흘릴 만큼 자유를 즐기는 타입이죠.그런 윌이 샬롯을 처음 본 순간 달라집니다. 비가 오는 날 샬롯이 직접 만든 모자를 건네는 장.. 2026. 6. 8. 영화 트로이 (원작 비교, 신화 배제, 촬영 비하인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원작 신화를 거의 모르는 채로 봤습니다. 그냥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액션 블록버스터쯤으로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뭔가 찜찜한 게 남았습니다. "신화랑 이게 같은 이야기 맞아?" 싶었거든요. 나중에 원작을 찾아보고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담하게 재해석된 작품인지 이해했습니다. 원작 일리아스와 영화가 갈라지는 지점혹시 영화를 보면서 "트로이 전쟁이 이렇게 빨리 끝났다고?" 하는 의문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분명히 그랬습니다.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일리아스(Ilias)는 트로이 전쟁을 다룬 고대 그리스 문학의 정수로, 전쟁 준비에만 10년, 실제 전투에 또 10년, 도합 20년에 걸친 방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일리아스란 트로이.. 2026. 6. 7. 글래디에이터2 리뷰 (카리스마, 서사구조, 속편한계)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잘 만들긴 했는데, 뭔가 아쉽다"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글래디에이터2를 보고 난 후의 솔직한 첫 인상이었습니다. 전작을 사랑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느낌이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은 분명 건재한데, 무언가 핵심 한 조각이 빠진 것 같은 느낌, 이 글은 그 정체가 뭔지 풀어보려 합니다. 카리스마 없는 주인공, 영화가 버텨줄까제가 글래디에이터2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주인공 루시우스의 존재감 문제였습니다. 영화 속 루시우스는 누미디아 부족 전사 하우로 살다가 로마 침략으로 아내를 잃고 노예 검투사가 되는 인물인데, 이 서사 자체는 탄탄합니다. 그런데 스크린 위에서 그가 내뿜어야 할 카리스마(charisma), 즉 관객을 압도하고 스크린에 붙잡아두는 배우 .. 2026. 6. 6. 글래디에이터 (콜로세움, 검투사, 로마 공화정)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프로젝션 TV를 처음 장만하던 날, 그 넓은 화면으로 처음 틀었던 영화가 글래디에이터였는데, 오프닝 전투 장면에서부터 등이 오싹해졌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다는 게, 이 영화가 명작인 이유를 고스란히 설명해 줍니다. 콜로세움, 검투사 막시무스의 서사 구조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권력도 명예도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떤 계기로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되는지에 대해서요. 막시무스가 정확히 그런 인물입니다. 그는 로마군의 총사령관이면서도, 전쟁이 끝나면 스페인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설정에 처음부터 끌렸던 건 그 이유 때문입니다. 야망이 없는 영웅이라는 구도 .. 2026. 6. 5.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