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13 영화 아담 (신경다양성, 관계 성장, 이해와 사랑)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87곳에 이력서를 제출한다는 장면 하나가 영화 전체를 설명합니다. 저는 그 숫자를 보면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노력이 얼마나 외롭게 진행되는지를 저도 어느 시점에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신경다양성,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아담이 가진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의 한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자폐 스펙트럼이란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집중력과 능력을 보이는 신경 발달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의미합니다. 아담은 이 스펙트럼 위에서 우주 공학이.. 2026. 6. 4. 스텝맘 (블렌디드패밀리, 감동명장면, 진정한가족) 두 여자가 서로의 부러움을 털어놓는 장면, 저는 거기서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한쪽은 과거를 갖고 있고 한쪽은 미래를 갖고 있는데, 정작 둘 다 상대방의 것이 부럽다고 고백하는 그 순간이 이 영화의 전부였습니다. 1998년작 영화 스텝맘은 재혼·이혼 가정, 이른바 블렌디드 패밀리(blended family)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블렌디드 패밀리가 마주하는 현실블렌디드 패밀리(blended family)란 이혼·재혼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가정의 아이들이 한 지붕 아래 합쳐진 가족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계부모와 계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형태인데, 이 구조가 단순히 '어른들의 합의'로 완성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영화에서 이자벨이 처음 아이들과 마주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저렇게까지.. 2026. 6. 3. 월플라워 (내향성, 트라우마, 자기가치) 친구를 잃은 적이 있으신가요? 그것도 스스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영화 월플라워는 바로 그 상실에서 시작합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시절이 떠올라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봤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의 고통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벽에 기대선 사람, 찰리의 내향성혹시 학교 복도에서 혼자 벽에 기대 서 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찰리가 딱 그런 인물입니다. 월플라워(Wallflower)라는 단어 자체가 파티나 무리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벽 쪽에 머무는 사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관찰자로만 존재하는 사람입니다.찰리는 고등학교 첫날부터 이미 기가 눌려 있습니다. 유일한 친구였던 마이클이 1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 2026. 6. 1. 흐르는 강물처럼 (명작영화, 가족관계, 브래드피트) 자녀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때가 옵니다. 아이가 왜 저런 선택을 하는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밤새 답답했던 적, 한 번쯤은 있으시지 않나요? 저도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혼란스럽던 시기에 우연히 다시 꺼내 본 영화가 1992년작 흐르는 강물처럼이었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 이제서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명작영화로 남은 이유 — 빛과 강물이 담아낸 형제의 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은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연출하고, 크레이그 셰퍼, 브래드 피트, 톰 스커릿이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1993년 제6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는데, 영상을 보면 그 수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 2026. 5. 28. 이프 온리 리뷰 (시간의 의미, 사랑의 고백, 멜로 감성)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국식 억양에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은 배우 라인업, 개봉조차 제대로 못 했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반신반의로 틀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멈추질 못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도 결국 사랑 앞에서는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이야기. 이게 이렇게까지 아플 줄은 몰랐습니다. 시간의 의미 —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가일반적으로 타임 트래블 로맨스(Time Travel Romance), 즉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는 주인공이 미래를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작품을 보니 그 공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샘은 사고가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택시에 함께 탑니다. 예지(豫知), 즉 미래를 미리 아는 능.. 2026. 5. 25. 미 비포 유 (안락사, 존엄사, 자기결정권) 로맨스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틀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멍하니 화면만 바라본 적 있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미 비포 유를 처음 봤을 때, 두 사람의 케미에 웃다가 결말에서 완전히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단순한 멜로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가 사실상 안락사와 인간의 자기결정권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봅니다. 일자리를 잃은 루이자,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만남직장을 갑자기 잃는다는 건 단순히 수입이 끊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한번은 다니던 곳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며칠간 멍하게 지낸 적이 있는데, 루이자가 꽃집 일을 그만두게 되는 장면에서 그 감각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루이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꿈을 접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그렇게 그녀가 맡게 된 일이 .. 2026. 5. 7.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