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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13

브레이브하트 (월레스의 봉기, 스털링 전투, 역사 고증) 아카데미 시상식 5관왕. 1995년 개봉 당시 전쟁 영화의 기준을 바꿔놓은 작품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처형 장면에서 월레스가 마지막으로 내지르는 그 한 마디,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지금도 기억합니다. 30년 가까이 지난 영화인데, 백파이프 OST만 들어도 아직 가슴이 웅장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월레스의 봉기 — 사랑과 분노가 불씨가 되다1280년, 스코틀랜드 왕위가 공석이 된 틈을 타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 '롱섕크'가 스코틀랜드를 노리기 시작합니다. 영화 초반, 어린 월레스는 아버지와 형이 휴전 협상 자리에서 학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 충격이 얼마나 깊었는지, 이 장면 하나로 관객은 이미 이 영화가 단순한 전쟁물이 아님을 직감하게 .. 2026. 7. 13.
일반인의 평범한 이야기 (죄책감, 심리 치료, 관계 회복)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이 왜 가장 오래 남을까요. 198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이게 왜 아카데미상이야?'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달랐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인생을 살아보고 나서야 가장 평범한 이야기가 가장 어렵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형을 잃은 아이, 죄책감이라는 감옥콘래드는 병원에서 퇴원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일상이 낯섭니다. 그는 보트 사고로 형 벅을 잃었고, 그 사고에서 자신만 살아남았습니다. 생존자 죄책감(survivor's guil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같은 사고에서 자신만 살아남았을 때 "왜 나만 살았을까"라는 자책과 수치심이 뒤엉키는 심리 상.. 2026. 7. 7.
당신 곁의 영화 패션 피쉬 (연대, 치유, 정체성)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려면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저는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이 영화 한 편을 보고, 아무 말도 필요 없다는 걸 처음으로 이해했습니다. 메이 앨리스와 샹텔의 이야기는 상실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를 보여줍니다. 고통 속에서 회복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 그리고 그 선택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요. 당신은 위로받은 적이 있습니까밑바닥까지 가라앉아 본 사람은 압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이 조언이라는 걸요. 저는 정신적으로 지쳐 혼자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솔직히 처음 몇 분은 그냥 시간이나 때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이 영화에서 메이 앨리스는 .. 2026. 6. 28.
러브 로지 (엇갈림, 소울메이트, 재회)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이 단 한 번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 이게 그냥 넘어갈 숫자가 아닙니다. 영화 러브 로지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냥 가볍게 볼 로맨스물이라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미 비포 유 남주가 여기서도 나오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왜 진심을 숨기고 사는지, 그 구조가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분석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 12년 엇갈림의 구조 — 우연이 아닌 패턴 로지와 알렉스의 관계를 보면, 이건 불운이 아니라 일종의 회피 패턴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방어적 감정 억압(Emotional Suppress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감정 억압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거절당하.. 2026. 6. 21.
글래디에이터2 리뷰 (카리스마, 서사구조, 속편한계)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잘 만들긴 했는데, 뭔가 아쉽다"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글래디에이터2를 보고 난 후의 솔직한 첫 인상이었습니다. 전작을 사랑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느낌이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은 분명 건재한데, 무언가 핵심 한 조각이 빠진 것 같은 느낌, 이 글은 그 정체가 뭔지 풀어보려 합니다. 카리스마 없는 주인공, 영화가 버텨줄까제가 글래디에이터2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주인공 루시우스의 존재감 문제였습니다. 영화 속 루시우스는 누미디아 부족 전사 하우로 살다가 로마 침략으로 아내를 잃고 노예 검투사가 되는 인물인데, 이 서사 자체는 탄탄합니다. 그런데 스크린 위에서 그가 내뿜어야 할 카리스마(charisma), 즉 관객을 압도하고 스크린에 붙잡아두는 배우 .. 2026. 6. 6.
글래디에이터 (콜로세움, 검투사, 로마 공화정)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프로젝션 TV를 처음 장만하던 날, 그 넓은 화면으로 처음 틀었던 영화가 글래디에이터였는데, 오프닝 전투 장면에서부터 등이 오싹해졌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다는 게, 이 영화가 명작인 이유를 고스란히 설명해 줍니다. 콜로세움, 검투사 막시무스의 서사 구조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권력도 명예도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떤 계기로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되는지에 대해서요. 막시무스가 정확히 그런 인물입니다. 그는 로마군의 총사령관이면서도, 전쟁이 끝나면 스페인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설정에 처음부터 끌렸던 건 그 이유 때문입니다. 야망이 없는 영웅이라는 구도 .. 202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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