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4 지붕위의 기병 (기사도 정신, 콜레라, 닿지 못한 사랑) 전염병을 다룬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처음 이 질문을 스스로 던졌을 때, 저는 이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995년에 개봉한 지붕위의 기병은 19세기 콜레라가 휩쓸던 프랑스 남부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기사도적 헌신과 두 사람 사이에서 흩어져버린 감정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19세기 콜레라가 만들어낸 죽음의 풍경콜레라(cholera)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수인성 전염병입니다. 여기서 수인성 전염병이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병원체가 전파되는 감염병을 말하는데, 19세기 유럽 전역을 수차례 강타하며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1832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콜레라 대유행만으로 파리에서 약 1만 8천 명이 사망했을 정도입니다(출처:.. 2026. 6. 13. 브레이브하트 (민중 봉기, 귀족의 고뇌, 자유) 5,000명이 25,000명을 이겼습니다.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게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브레이브하트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월리스가 외친 그 한 마디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Freedom!" 단 한 단어였는데, 가슴 어딘가에서 뜨거운 게 올라왔습니다. 민중 봉기: 평민이 전쟁을 바꾼 순간브레이브하트는 13세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 에드워드 1세의 지배 아래 사실상 정치적 주권(sovereignty)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주권이란 국가가 내부와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는 최고 권한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왕이 없다는 게 아니라, 법도 군대도 백성의 삶도 모두 잉글랜드의 손아귀에 놓.. 2026. 6. 12. 크리미널 (기억이식, 정체성, 기억충돌) 흉악범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받으면 과연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케빈 코스트너 특유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수염 때문에 누군지도 못 알아볼 뻔했는데, 막상 줄거리가 전개될수록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억이식 수술, 과학인가 SF인가영화의 핵심 소재는 기억이식(memory transplantation)입니다. 여기서 기억이식이란 한 사람의 뇌에 저장된 기억과 정보를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해 되살리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현실에서는 아직 불가능한 개념이지만, 뇌과학 분야에서는 이와 유사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실제로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뇌 가소성이란 뇌가 외부 자극이나 경험에 .. 2026. 6. 10.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사랑의 타이밍, 로맨틱코미디, 줄리아 로버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인공이 결국 사랑을 못 이루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1997년 개봉한 로맨틱코미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머리로는 새드 엔딩이지만 가슴으로는 따뜻하게 끝납니다. 제가 직접 봐보니,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사랑의 타이밍 — 고백하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진다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줄리안은 요리 칼럼니스트입니다. 마이클과 30살이 되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하고 살아온 그녀는, 생일을 앞두고 온 그의 메시지에 설레어 시카고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마주한 건 프로포즈가 아니라 다른 여자와의 결혼 소식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감정의 낙차는 영화 속 장면 하나로도 충분히 전달되더군요.. 2026. 6. 9. 뉴욕의 가을 (뉴욕 배경, 윌과 샬롯, 리처드 기어) 연말이 되면 꼭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단순히 리처드 기어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틀었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나 있더라고요. 영화 '뉴욕의 가을'은 낙엽이 흩날리는 맨해튼을 배경으로, 사랑을 믿지 않던 한 남자가 무너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 그 감성을 한번 같이 되짚어 보려 합니다. 가을 뉴욕, 바람둥이 셰프와 순수한 여자의 만남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초반부만 봤을 때는 '뻔한 중년 남자 로맨스겠구나' 싶었거든요. 48세의 레스토랑 오너 셰프 윌은 수많은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인물입니다. 친구들이 가정을 꾸리라 말해도 귓등으로 흘릴 만큼 자유를 즐기는 타입이죠.그런 윌이 샬롯을 처음 본 순간 달라집니다. 비가 오는 날 샬롯이 직접 만든 모자를 건네는 장.. 2026. 6. 8. 영화 트로이 (원작 비교, 신화 배제, 촬영 비하인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원작 신화를 거의 모르는 채로 봤습니다. 그냥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액션 블록버스터쯤으로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뭔가 찜찜한 게 남았습니다. "신화랑 이게 같은 이야기 맞아?" 싶었거든요. 나중에 원작을 찾아보고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담하게 재해석된 작품인지 이해했습니다. 원작 일리아스와 영화가 갈라지는 지점혹시 영화를 보면서 "트로이 전쟁이 이렇게 빨리 끝났다고?" 하는 의문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분명히 그랬습니다.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일리아스(Ilias)는 트로이 전쟁을 다룬 고대 그리스 문학의 정수로, 전쟁 준비에만 10년, 실제 전투에 또 10년, 도합 20년에 걸친 방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일리아스란 트로이.. 2026. 6. 7.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