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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팩션, 단종, 엄흥도) 단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인물이 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습니까? 장항준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연출작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나서 저는 그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얹은 이 팩션(faction) 영화, 즉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하여 실제 역사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하는 서사 방식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엄흥도라는 인물이 어떻게 서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계유정난이 만들어낸 비극의 구조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적 배경부터 알아두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세조와 단종의 관계를 따로 찾아봤는데, 그걸 알고 보니 극 중 단종의 눈빛 하.. 2026. 5. 7.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미란다 변화, 안나 윈투어, 앤디 성장) "독설 보스"가 코트를 직접 걸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20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1편을 처음 봤을 때의 그 긴장감을 여전히 기억하는데, 2편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건 직장 드라마가 아니라 시대 변화 보고서"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란다가 상징하는 것, 그리고 달라진 직장 문화혹시 지금 직장에서 상사가 이유 없이 독설을 퍼부어도 "그냥 참아야지"라고 생각하십니까? 2005년 1편에서 그 공식은 통했습니다. 그런데 2편의 미란다는 더 이상 직원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변화를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현실의 직접적인 반영으로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미란다의 모티브인 안나 윈투어 역시.. 2026. 5. 6.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세룰리안블루, 네이트빌런설, 미란다철학)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앤디 편이었습니다. 미란다는 그냥 나쁜 상사였고, 앤디는 부당하게 시달리는 피해자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꺼내 보고는 제 생각이 꽤 많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년 전 영화가 오히려 지금 보는 사람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건 단순한 영화가 아닙니다. 세룰리안 블루 한 마디가 뒤흔든 것들영화 초반, 앤디는 런웨이 편집부 회의에서 두 개의 비슷한 벨트를 두고 고민하는 동료들을 속으로 비웃습니다. 패션 따위에 진지하게 매달리는 사람들이 우습게 보였던 거죠. 저도 처음 이 장면을 볼 때는 앤디에게 동조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벨트들이 다 똑같아 보였거든요."그런데 미란다가 말을 시작합니다. 앤디가 입고 있는 '촌스러운 파란 .. 2026.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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