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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업사이드 (우정, 편견, 삶의 의미)

by 케카롱 2026. 7. 19.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처음 봤을 때 그 여운이 너무 강해서,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헐리우드 리메이크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런데 영화 '디 업사이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은 감각이 밀려왔습니다. 전신마비 자산가와 전과자 출신이라는, 어쩌면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이야기입니다.

 



뻔뻔한 면접에서 시작된 우정의 구조

영화는 전신마비(Quadriplegia) 상태의 자산가 필립이 생활 보조원을 면접 보는 장면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열어젖힙니다. 여기서 전신마비란 경추 손상으로 인해 팔다리와 몸통 대부분의 운동 기능을 잃은 상태를 말하는데, 필립은 그 상태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전과자 출신의 델이 면접장에서 보여준 태도는, 한마디로 '뻔뻔함' 그 자체였습니다. 취업 서류에 도장만 받으려고 들어온 사람이 오히려 채용이 된 셈이니까요. 저도 처음엔 이 장면이 그냥 코미디적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이 장면이 영화 전체의 핵심을 미리 보여주는 장치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필립이 델을 선택한 이유는 능력이 아니라, 그 어떤 동정도 없는 시선이었을 겁니다.

델은 넉넉한 주급과 숙식을 조건으로 필립의 24시간 생활 보조원 업무를 시작합니다. 이 '24시간 생활 보조(Live-in Care)'라는 방식은 단순히 신체 보조를 넘어 감정적 유대가 필연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다 보면 어지간한 가족보다 더 많은 걸 공유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결이 같은 사람끼리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오히려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되는 건 서로 다른 부분이 많은 경우더라고요. 필립과 델이 정확히 그 케이스입니다. 필립은 클래식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지식인이고, 델은 R&B와 길거리 감각으로 무장한 사람입니다. 이 간극이 오히려 두 사람을 더 강하게 연결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 전신마비(Quadriplegia): 경추 손상으로 사지와 몸통 운동 기능을 잃은 상태. 필립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자, 델과의 관계를 만든 출발점
  • 24시간 생활 보조(Live-in Care): 보조원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신체적·감정적 지원을 함께 수행하는 돌봄 방식
  • 편견 없는 시선: 필립이 델을 채용한 핵심 이유.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대등한 인간으로서의 태도가 관계의 토대가 됨
요약: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날 수 있었던 건 능력이나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동정 없이 바라보는 시선 덕분이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 그리고 프랑스와 미국의 온도 차

필립은 비극적인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삶의 의지 자체가 꺼진 상태였습니다. 임상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쾌감상실(Anhedonia)'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쾌감상실이란 이전에는 즐거움을 주던 활동에서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우울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입니다. 필립이 죽음을 동경하던 상태였다는 설정이 단순한 드라마적 장치가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델은 이 무너진 사람을 억지로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냥 페라리에 태우고 나가고, 금기시되던 흡연을 같이 하고, 필립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옆에서 같이 누립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이 장면들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냥 같이 있어주는 행위 자체가 치료가 된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델은 필립이 펜팔 상대인 릴리에게 느끼는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직접적으로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릴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성사시키고, 필립이 진심을 담은 시를 쓰도록 독려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립은 조금씩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실제 만남에서 필립이 자신의 장애로 인해 상처를 받고, 결국 델은 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 뒤 몇 달이 지나 필립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됩니다. 그때 델이 다시 돌아와 필립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빛나는 자유를 선물하는 장면. 제 경험상 이런 마무리가 가능한 서사는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정말로 채워줬다는 전제 없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지점은, 원작인 '언터처블 1%의 우정'과 비교했을 때의 온도 차입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절제된 감정선과 미국식 서사 구조 사이의 차이라고 할까요. 출처: IMDb — Intouchables(2011)는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반면, '디 업사이드'는 감정의 전달 방식이 훨씬 직접적이고 유머도 더 전면에 나옵니다. 프랑스와 미국의 정서와 생활환경, 사회성의 차이가 같은 이야기를 다른 결의 영화로 만들었다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체감했습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관계 변화 방식은 사회심리학의 '상보성(Complementarity) 이론'과도 닿아 있습니다. 상보성 이론이란 서로 다른 성격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더 강한 유대를 형성한다는 개념입니다. 출처: APA(미국심리학회) — Relationships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관계일수록 공통점보다 상보적 역할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제 오랜 경험과도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요약: 필립이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편견 없이 옆에 있어주는 사람 한 명에서 시작됩니다. 원작과의 온도 차도 그 자체로 볼 만한 요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 업사이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 맞습니다.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Intouchables, 2011)'이 원작이고, 이 작품 자체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전신마비 자산가 필립 포조 디 보르고와 그의 실제 보조원 압델 셀루의 이야기가 원형입니다. '디 업사이드'는 이 이야기를 미국적 맥락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작입니다.

 

Q. '언터처블'과 '디 업사이드' 중 어떤 걸 먼저 보는 게 좋을까요?

A. 제 경험상 원작인 '언터처블'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절제된 감정선을 먼저 경험하고 나서 '디 업사이드'를 보면, 두 작품이 같은 이야기를 얼마나 다르게 풀어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생깁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두 편 다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Q. 영화에서 '5만 달러'가 나오는 장면은 어떤 의미인가요?

A. 그 장면은 필립이 델에게 건네는 금액으로 등장하는데, 한국 정서로 해석하면 "엄청난 거 받았는데 어떻게 할 거야"라는 시험이자 선물의 이중성을 담은 장면으로도 읽힙니다. 단순한 물질적 보상 이상의 의미로, 필립이 델을 신뢰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장면을 보면서 느낀 것도 그 방향이었습니다.

 

Q. 이 영화가 장애인 표현 방식에서 논란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A. 일부에서는 전신마비 장애인의 삶을 지나치게 유쾌하게만 그렸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장애인의 현실적인 어려움보다 감동 코드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삶의 밝은 면(The Upside)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제목부터 선언하는 작품인 만큼, 그 맥락 안에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론

'디 업사이드'는 웃기고, 따뜻하고, 마지막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감동이 단순히 감정을 건드리는 기술에서 오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를 편견 없이 바라보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충실하게 쌓아올린 데서 온다는 게 제가 이 영화를 좋게 보는 이유입니다.

'언터처블'을 이미 본 분이라도 한 번 더 볼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서로 다른 토양에서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 꽃을 피우는지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결이 다른 두 사람의 우정이 얼마나 오래가는지는, 제 오랜 경험이 이미 증명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mzi1CWE5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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